"보는 것마다 당신"
밭에서 일하고 있는 한 농부에게 지나가던 나그네가 다가와 물었습니다.
“저 마을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나요?”
“당신이 전에 있던 마을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었소?”
“말도 마시오. 사람들이 어찌나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지 넌덜머리가 나서 떠나오는 길입니다.”
나그네의 말을 들은 농부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습니다.
“저 마을도 마찬가집니다.”
농부의 말에 나그네는 방향을 돌려 다시 길을 떠났다. 얼마 후 또 다른 나그네가 다가오더니 앞서 나그네와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 마을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나요?”
“당신이 전에 있던 마을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었소?”
“모두 나그네인 제게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었지요. 떠나오게 되어 지금도 무척 아쉽습니다.”
나그네의 말에 농부는 고개들고 나그네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습니다.
“저 마을에도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겁니다.”
(이현주, <보는 것마다 당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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